문학

정서와 온도의 연결 : 몸과 마음의 온도 조절 이론

샘아동심리연구원 2025. 11. 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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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회복을 돕는 마음의 수면 메커니즘

 

1. 수면과 감정의 상호작용의 의의

 

수면은 단순히 신체의 피로를 푸는 시간이 아니다. 수면은 정서의 안정, 정보 통합,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심리적 회복의 중요한 기제이다. 수면의 양과 질은 인간의 정서적, 사회적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수면 장애가 우울, 불안, 충동성, 대인관계 어려움과 강하게 상관된다는 사실이 국내외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의 대규모 분석 자료에서는 수면장애 환자가 일반 인구보다 정신건강 관련 의료 이용률이 현저히 높다는 점이 나타났다. 이처럼 수면은 단순히 신체적인 생리적 회복을 넘어, 정서적 회복과 심리적 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또한, 수면과 감정의 관계는 단방향적이지 않다. 감정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며, 반대로 수면은 감정 경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정서적 흥분은 수면 개시와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하며, 수면 부족은 감정적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성을 과민하게 만들어정서적 비탄력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수면은 정서·인지·행동체계 전반을 통합적으로 조절하는 심리적 기반 인프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수면,감정조절, 심리적 회복의 연결- 전기장판 위의 온도, 내 마음의 온도

 

2. 수면의 생리적·심리적 관점

 

1) REM 수면과 정서 처리

 

REM 수면은 꿈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단계로, 뇌의 여러 영역특히 편도체해마가 활성화되며 정서적 기억이 재구성된다. 이때 전전두엽의 상위조절 기능은 상대적으로 억제된다. REM 수면의 주요 역할은 낮 동안 경험한 정서적 기억을 재처리하고, 그 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것이다. Walkervan der Helm(2009)REM 수면이 부정적 정서로 연결된 기억에서 감정 태그를 분리하여, 기억은 남기되 고통을 줄이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대한수면학회(2022)수면의학에서는 REM 수면정서적 경험의 통합과 재처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단계로 규정하며,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일수록 REM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고한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서 악몽 반복, 외상기억 재경험현상 등이 REM 단계에서 정서 처리 과정의 불안정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정서기억의 자연적 재가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2) 수면 부족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

 

수면 부족은 감정조절 체계에 전반적 파괴를 가져온다.하루만 수면을 제한해도 편도체는 부정적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전전두엽의 억제·조절 기능은 떨어져 충동성이 증가한다. 이와 관련된 뇌영상 연구들은 수면이 감정 반응의 억제 및 정서적 자기조절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연구들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방규만 외(2005)주요 정신장애 환자군에서 수면의 질과 삶의 질이 강한 상관을 보이며, 수면이 악화될수록 우울·불안·신체화 증상이 증가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김선희 외(2017)의 연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면의 질이 나쁜 집단일수록 불안·우울·자살사고가 크게 증가함을 규명했다. 이는 수면 부족이 부정 정서 편향, 과도한 걱정, 인지적 과각성(cognitive hyperarousal)을 강화하여 정서적 취약성을 높이는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수면 부족은 감정의 회복 속도를 저하시킨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일상적 스트레스에 대한 감정 반응이 하루 내에 회복되지만,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부정 정서의 잔존 시간이 길어지고, 그로 인해 감정 과민성, 폭발적 반응, 대인관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상담치료에서 정서 조절 곤란, 충동성, 분노조절 문제를 보이는 내담자에게 수면 평가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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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보처리 이론적 관점

 

정보처리 이론은 인간을 정보의 입력저장처리출력 체계로 보며, 수면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낮 동안 축적된 정보와 정서적 경험은 해마에 단기 저장되고, 수면 중 특히 NREM 깊은 단계에서 대뇌피질로 이동하여 장기기억으로 공고화된다. Rasch & Born(2013)은 수면이 단순한 기억 강화를 넘어서, 정보의 선별·필터링·통합이라는 능동적 과정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정서적으로 강렬한 사건일수록 우선적으로 처리되며, 이 과정에서 사건의 의미가 재해석되고 기억 체계 내에서 그 위치가 재구성된다. 이는 꿈이 단순한 상징적 세계를 넘어, 심리적 의미를 재창조하는 인지적 편집 과정임을 시사한다.

대한수면학회의 교재에서도 수면이 기억·정서·사고를 통합하는 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심리적 내러티브를 정교화한다고 강조한다. 상담 맥락에서 보면, 내담자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처리되지 않은 경험이 꿈을 통해 변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수면이 정서 경험의 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심리적 기능임을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가 된다.

 

4. 스트레스 이론적 관점

 

스트레스 이론(Lazarus & Folkman, 1984)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발생한다. 이때 수면은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의 명확성, 정서 안정성, 그리고 자원 동원 능력을 결정하는 기초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성 스트레스HPA 축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여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이는 수면 개시 지연, 야간 각성 증가, 얕은 수면을 반복적으로 유발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수면 악순환이 형성된다.

스트레스 증가 코르티솔 상승 수면 저하 정서조절력 감소 스트레스 확대

국내에서도 수면무호흡, 코골이, 만성 불면등을 방치할 경우 불안장애, 우울장애, 신체 증상 장애가 복합적으로 악화된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대한수면학회는 수면이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라 밝히며, 심리치료와 상담 개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면 안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단순히 강한 상태가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는 속도에 관한 것이다. 이 관점에서 수면은 스트레스 경험으로 인한 정서적 교란을 빠르게 정상선으로 되돌리는 회복 기반을 제공하며, 이는 상담실, 학교, 가정 등에서 예방적 개입의 핵심 요소가 된다.

 

5. 인지행동적 관점

 

인지행동치료(CBT)는 수면 문제를 잘못된 생각, 과도한 각성, 부정적 행동 패턴이 서로 연결된 악순환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오늘도 못 자면 내일은 망한다라는 자동사고는 불안을 증가시키고, 신체 각성을 높여실제로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국내 CBT-I연구(이재정, 2011)는 대학생 대상 불면 프로그램에서 수면 잠복기 감소, 야간 각성 감소, 일상 기능 향상등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인지·행동·생활 리듬을 동시에 교정하는 접근이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장철훈(2011)CBT-I우울·불안과 공존하는 불면에도 효과적이며, 약물치료보다 장기적 유지 효과가 우수하다고 정리한다.

CBT-I의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자극 통제

 

자극 통제는 침대를 수면과 휴식의 공간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행동 기법이다. 침대에서 스마트폰, 업무, 공부 등 각성 활동을 하면 침대는 각성의 장소로 조건화된다. 따라서 졸릴 때만 침대에 눕고, 15~20분 안에 잠들지 못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조용한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침대=각성연합을 약화시키고, ‘침대=수면연합을 회복한다.

 

2) 수면 제한

 

수면 제한은 실제 수면 시간에 침상 시간을 맞추어수면 압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침대에 오래 누워 있으면 오히려 얕은 수면과 각성이 늘어난다. 초기에는 실제 수면량에 맞게 침상 시간을 제한하고, 안정적 수면이 형성되면 시간을 점차 늘린다. 이는 수면의 질 향상과 잠자리=수면연합 강화에 효과적이다.

 

3) 수면 위생

 

수면 위생은 수면에 적합한 생활·환경 조건을 만드는 교육적 개입이다. 카페인·알코올·니코틴 조절, 늦은 운동 제한, 화면 노출 감소, 일정한 수면·기상 패턴 등이 포함된다. 또한 방 온도, , 소리, 침구 조절 등 물리적 환경을 정돈하여 신체가 자연스럽게 수면 모드로 전환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4) 인지 재구조화

 

인지 재구조화는 불면을 유지하는 자동적·재앙적 사고(: “잠 못 자면 큰일 난다”)를 탐색해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수정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수면에 대한 과각성을 낮추고, 걱정 때문에 더 잠을 못 자는 악순환을 차단한다.

 

5) 이완·호흡 훈련

 

이완·호흡 훈련은 신체적 과각성을 낮추어 수면 개시 조건을 회복하는 기법이다. 복식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 이완 이미지, 마음챙김 기반 호흡 등은 교감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부교감신경계 활성화를 촉진한다. 이는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며, 정서적 흥분 상태의 내담자에게 수면 개시 시간을 단축시킨다.

 

국립정신건강센터(2022)의 보고서는 CBT-I기반 프로그램이 우울·불안 완화에도 효과적임을 제시하며, 디지털 CBT-I(dCBT-I)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이는 상담·정신건강 교육에서 수면 개입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결론 : 수면을 통한 정서 건강 회복

 

회복적 수면을 위한 심리학적 접근은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을 넘어서, 정서적 안정정신적 회복을 위한 통합적 방법을 제시한다. 정서 조절 강화CBT-I를 통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스트레스 반응 안정화생활 리듬의 구조화를 통해 정신적 회복을 촉진한다.

수면은 정서 건강과 심리적 회복을 위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면을 회복하는 과정은 심리학이 제공하는 이론과 실천적 기술을 통해 심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회복적 수면을 위한 통합적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정서 조절 기반 강화: 감정 인식·명명·표현 훈련을 통해 정서적 균형을 유지한다.

2) 인지행동 기반 수면 개입: CBT-I를 통한 수면 위생개선과 역기능적 신념 수정을 병행한다.

3) 스트레스 반응 안정화: 마음챙김이완훈련을 통해 HPA 축 과활성화를 안정시킨.

4) 생활 리듬 구조화: 규칙적인 수면·기상 시간식사·운동 리듬을 관리하여 생리적 안정을 촉진한.

5) 임상적 평가 통합: 수면 평가를 통해 정서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체계적 개입을 설계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수면을 단순 생활습관이 아닌, 정서 건강과 심리적 회복의 중심축으로 이해하게 하며, 상담·교육·치료 전반에서 보다 근거기반적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수면을 회복하는 일은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며, 이는 심리학이 제공하는 이론과 실천적 기술을 통해 심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잔잔한 아침 호수 물결 - 전기장판 위의 온도, 내 마음의 온도 연결 고리

 

 

이 글은 브런치북(https://brunch.co.kr/@205593d149c84b6/3)
『감정도 잠이 필요하다』 2장 〈전기장판 위의 온도, 내 마음의 온도〉의 확장 이론편입니다.

 

 

참고문헌

 

대한수면학회(). (2022). 수면의학. 대한수면학회.

방규만 외. (2005). 주요 정신장애자들의 수면의 질과 건강 관련 삶의 질. 정신간호학회지.

최원정 외. (2015). 수면장애와 공존질환의 현황 및 진료비 분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보고서.

장철훈. (2011).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 현대의학33(3), 210216.

이재정. (2011). 대학생 대상 CBT-I 프로그램 효과 연구. 국내 학술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수면장애의 비약물적 치료 프로그램 개발R&D 보고서.

Walker, M. (2017). Why We Sleep. Scribner.

Walker, M. P., & van der Helm, E. (2009). Overnight therapy? Psychological Bulletin, 135(5), 731748.

Rasch, B., & Born, J. (2013). About sleep’s role in memory. Physiological Reviews, 93(2), 681766.

Perlis, M. L. et al. (2005). Cognitive Behavioral Treatment of Insomnia. Springer.

Lazarus, R. S., & Folkman, S. (1984). Stress, Appraisal, and Coping. Springer.

 

 

2025.11.12 - [문학] - 감정은 잠들면서 회복된다

 

감정은 잠들면서 회복된다

― 수면과 감정의 심리학적 연결 고리 ― 밤이 찾아오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지쳐 있다.낮 동안 쌓인 감정의 무게가 어깨를 눌러오고,눈을 감아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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