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잠이 필요하다

수면 중 체온 변화와 정서적 긴장의 관계(1)

샘아동심리연구원 2025. 12.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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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생리적 회복뿐 아니라 정서 조절과 신경계 균형을 재구성하는 핵심 과정이다. 특히 수면 전후의 체온 변화, 발한, 미세한 근 긴장도 증가는 낮 동안 억제된 감정·스트레스가 신체적 반응으로 표면화되는 전형적 패턴으로 설명된다. 이는 병리적 징후가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정서적 과부하를 처리하려는 자연적 조절 과정이다. 본 장은 이러한 생리적 반응이 어떤 심리적 의미를 갖는지, 감정이 신체 반응으로 전환되는 경로는 무엇인지, 그리고 임상 현장에서 관찰되는 대표적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은 브런치북(https://brunch.co.kr/@205593d149c84b6/3) 감정도 잠이 필요하다'1. 나는 왜 땀을 흘리며 자는가?'에 포함된 내용으로, 잠을 자는 동안 겪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깊이 탐구한다.

 

 

1. 몸으로 드러나는 내면의 긴장: 감정의 생리적 표현

 

상담 장면에서는 낮 동안 “괜찮다”고 말하던 사람이 밤이 되면 반복적으로 땀을 흘리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사례가 자주 관찰된다. 이는 단순한 체열 변화가 아니라, 정서적 억제와 신체 생리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정서가 억제될 때 활성화되는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체온 상승, 발한 증가, 호흡 가속 등 신체적 반응을 유발한다. 이러한 반응은 심리학에서 정서-생리적 연동(emotion–physiology linkage)으로 설명되며, 감정이 인지적으로 표현되지 못할 경우 신체적 방식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취침 시간은 외부 자극이 줄어들고 인지적 활동이 감소하므로, 낮 동안 미해결된 감정이 생리적 활성화로 표면화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그 결과 밤에 흘리는 땀, 열감, 불편한 각성은 스트레스 잔여물(residual stress)이 배출되는 자연스러운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수면 중 체온 변화와 정서-감정도 잠이 필요하다

 

2. 감정이 신체 반응으로 전환되는 과정: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의미

 

수면 중 발한·열감은 감정 억제가 생리적 경로를 통해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감정이 충분히 처리되지 못할 경우, 몸은 인지보다 먼저 반응하여 자율신경계를 통해 긴장을 조정하려 한다.

수면은 원래 신체와 뇌가 회복되는 시간이지만, 정서적 부담이 높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내면의 긴장을 마주하는 전환 지점이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생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1) 교감신경 활성 증가: 미세한 불안도 체온 상승과 발한을 유발

2) 감정 기억의 재처리 과정: 수면 단계에서 낮의 감정이 재활성화

3) 인지적 통제력의 약화: 억제된 감정이 생리적 반응으로 전환

4) 정서적 과부하의 배출: 열감, 발한이 완충 역할

 

따라서 잠들기 직전의 열감, 심박 증가, 떨림은 신체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감정 조절 체계가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적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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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정이 열로 나타나는 순간: 내면 신호의 재해석

 

많은 성인이 경험하는 “잠 못 이루는 밤”은 단순한 각성이 아니라, 내면이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시간적 공간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재활성화(emotional reactivation)또는 정서 처리의 지연됨(delayed emotional processing)으로 개념화한다.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1) 감정의 생리적 변환
억제된 감정은 체온·근 긴장·발한 등으로 전환되며 “감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2) 발한의 심리적 의미
야간 발한은 불안이나 스트레스의 지표일 수 있으며, 몸이 감정의 잔여물을 정리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3) 내담자 상담에서의 임상적 확인
불면과 열감은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정서적 긴장의 흔적일 때가 많다.


따라서 “잠을 배운다는 것은 감정을 식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은 신체와 정서의 통합적 회복의 원리를 잘 설명한다.

이러한 이해는 내담자가 자신의 신체 반응을 병리적 실패로 보지 않고, 회복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데 중요하다.

 

 

4. 사례를 통한 정서-신체 반응의 이해

 

한 40대 여성 내담자는 밤마다 체온 상승과 발한으로 잠에서 깨고, 수면제 복용에도 안정적인 잠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차분하고 정상적인 일상 기능을 유지했지만,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교감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될 만큼 심리적 긴장도가 높았다.

상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다음과 같다.

 

1) 낮 동안 감정을 억제하며 업무를 수행

2) 억제된 긴장이 생리적 경로를 통해 밤에 열로 배출

3) 발한 감소는 단순한 생리 변화가 아니라 정서 긴장의 완화 지표

 

내담자가 “제 몸이 저 대신 울고 있었던 걸까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신체 반응이 정서의 기록자임을 정확히 짚어낸 표현이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은 실패가 아니라 오랜 긴장을 견딘 생리적 결과이자 회복의 서막이다.

 

 

Ⅴ. 몸은 감정의 가장 오래된 기록자: 정서 회복의 생리적 신호

 

신체는 감정을 기억하는 가장 원초적 체계다. 말보다 정교하고, 사고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체온의 안정, 발한의 감소, 자연스러운 호흡 회복은 모두 감정이 점차 이완되고 있다는 생리적 지표다.

불면은 ‘잠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래 누적된 정서가 지금 처리되려고 하는 과정일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미가 도출된다.

 

1) 체온 하강은 정서 이완의 징후

2) 발한 감소는 신체와 정서의 동시 안정화를 의미

3) 수면은 하루의 감정을 재정비하는 심리적 의식(ritual)

 

결국 몸의 반응은 문제의 출현이 아니라 회복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초기 신호다. 마음의 온도가 내려앉는 순간, 비로소 몸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수면은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통로가 된다.

 

참고문헌

 

Barlow, D. H. (2002). Anxiety and its disorders. Guilford Press.

Sapolsky, R. (2004). Why Zebras Don't Get Ulcers. Holt Paperbacks.

Siegel, D. J. (2012). The Developing Mind. Norton.

McEwen, B. (2007). The End of Stress as We Know It. Joseph Henry Press.

김청택 외(2016). 『건강심리학』. 학지사.

이영호(2018). 『스트레스와 적응의 심리학』. 시그마프레스.

정남운 외(2020). 『수면의 과학과 심리』. 학지사.

 

 

 

"감정은 말로 설명되기 전에 몸에 머물며,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이미 마음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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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8 - [감정도 잠이 필요하다] - 수면 불안의 정서적 기제와 내면 반응의 이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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